# 이달 3일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층간흡연 문제로 다투던 주민들이 상호 폭행하며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아랫층 주민이 창문에서 담배를 피우자 윗집 주민이 물을 끼얹었고 아랫층 주민이 찾아와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사움이 발행한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베란다,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유입되는 담배연기로 온 집안에 냄새가 배겨 고통스럽다고 토로하고 있다.
# 서울 강서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3년째 '층간 흡연'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층간 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 관리소에 민원을 넣는 것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에 층간 흡연을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도 부착했다. 담배 냄새가 날 때 화장실 환풍구에 대고 욕을 하고 일일이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층간 흡연자 색출에도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A씨는 “이러다 정말 무슨 일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내 층간흡연에 따른 주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간접흡연·층간소음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5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주택내 환기시설 개선, 교육·규제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공동주택 입주민이 층간소음·간접흡연에 따른 피해를 호소해 관리주체가 실제 사실관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수행한 사례는 13만5232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7년 1만5091건에서 2018년 1만8503건, 2019년 2만3654건, 2020년 3만4605건, 2021년 4만337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기간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층간소음이나 간접흡연 피해를 일으킨 입주민에게 재발 방지를 권고한 건수는 9만5219건에 이른다. 전체 조사 건수 10건 중 7건은 실제 피해가 확인돼 층간소음 유발 중단이나 특정 장소에서의 흡연 금지 등을 권고했다는 의미다. 전체 조사 건수 대비 권고 발부 비율은 70.4%다. 다만, 발부율은 2017년 75.8%, 2019년 70.2%, 2021년 67.2% 등 감소하는 추세다.
층간 흡연 문제가 '사건'으로 비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작년 10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한 원룸 건물에서 층간 흡연 고충을 토로한 주민이 아래층 거주자를 흉기로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래층 주민은 비흡연자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층간흡연 실험 결과를 보면, 아파트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켠 채 담배를 피울 경우 위·아래층 가정으로 5분 안에 니코틴·미세먼지·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 흡연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층간흡연에 대한 중단 권고와 조사 권한이 명시돼있지만, 권한을 입주자들이 고용한 관리사무소의 관리업체가 갖고 있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층간흡연 문제에 해결을 구하고 있지만, 관리사무소에서는 안내 방송과 안내문을 붙이는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강제력을 담아 층간흡연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나오긴 했다. 문제는 1년 반째 소위에서 아직도 계류 중이라는 점이다. 민 의원은 "국토부와 각 지자체는 최근 공동주택 단지에서 층간소음·간접흡연 민원이 빈발하는 원인을 세밀히 파악하고, 단지 내 관련 자치조직 활성화 등 입주민들의 휴식권이 보장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