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규 소각장 부지를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공원 일대로 선정한 데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선정 사유를 설명하기 위해 계획됐던 주민설명회도 무산됐다. 주민 수백명이 행사장을 점거하고 물리력으로 행사 개최 자체를 저지하면서 욕설과 고성, 몸싸움이 뒤엉키는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는 당초 18일 오후 3시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주민설명회를 계획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같은 법적 필수 주민설명회가 아니었음에도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광역자원회수시설의 최종 입지 후보지를 마포구로 선정한 이후, 입지선정위원회 회의록 주민 공람 등을 통해 마포구민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발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마포구 주민을 만나 대화를 나눈 바로 다음날인 28일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마포구민 역시 서울시민임에도 다른 지역이 겪지 않는 고통을 되풀이시키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내세워 희생을 강요하는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날선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마련된 주민설명회도 당초 이달 5일로 예정됐지만, 회의록 비공개 부분을 공개하라는 주민들의 추가 요청이 있어 이날로 미뤄진 것이다.
서울시와 마포구에 따르면 이날 행사장에는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마포구 주민 100여명이 회의 시작 전부터 회의실로 몰려들었고, 후보지 선정을 철회하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회의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고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키겠다고 공언했다"고 밝혔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회의실을 점거한 주민의 수는 300명으로 불어났고, 일부 주민들은 단상 위로 올라가 회의 시작을 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오후 3시께 설명회를 취소한다고 밝힌 뒤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이날 설명회는 무산됐지만, 찾아가는 맞춤형 설명회, 지역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소통협의체 구성을 통해 주민들과의 소통을 늘려나간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주민과 집회를 주도한 책임자에 대해서는 고발조치를 포함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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