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 중 저조한 업무평가를 받은 직원을 취업규칙상 자동해고조항을 적용해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근무성적이나 능력이 미진해 취업규칙에 따라 해고하더라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해고 노동자 A씨가 조선업체 B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사측은 A씨가 대기발령 후 3개월 연속으로 낮은 등급을 받자 해고했다. 취업규칙에 있는 "보직자로서 무보직 처분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해고한다"는 규정이 근거였다. A씨는 회사가 인사권을 남용했다며 대기발령과 해고 처분 모두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사측의 손을 들었다. 회사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인사 규정에 나온 대로 정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대기발령까지는 적법하지만, 해고는 위법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상 해고 사유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때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근무 성적·능력이 다른 근로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 기간 최소한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향후 개선 가능성도 없는 등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만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노동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 △근무 성적·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근무 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 부여 △노동자의 태도와 사업장의 여건 등을 해고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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