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으로 된 계약서의 'wilful'(고의적)은 '계획적 고의'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전 대법관)는 자산운용사 A가 보험사 B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 고의가 아닌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면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할 것을 알고도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A사는 펀드 자금 177억원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의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에 대여했다가 2013년께 사업이 중단돼 손실을 봤다. 이에 펀드 투자자들은 A사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고 A사는 일부 패소해 투자자들에게 12억여원을 지급했다.
이후 A사는 배상책임 보험 계약을 맺은 B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B사는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고의적 법령 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A사는 2017년 보험금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은 'wilful'을 '계획적 고의'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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