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문건을 작성한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간부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기무사 전 방첩정책과장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7년 A씨는 기무사 내 '계엄 TF'에서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이 시작될 경우 단계별 조치사항 등 시국 대비 계획이 담겼다.
A씨는 TF 활동과 무관한 '방첩수사 업무체계 연구계획' 관련 인력 파견과 예산을 요청하는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 계엄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같은 해 TF의 활동 성과를 보존하기 위해 이 문건을 '훈련비밀'로 등재했다. A씨가 문건 제목 일부를 수정한 것은 공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2019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착각 혹은 규정을 잘 몰라 생긴 일이라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허위 공문서 작성 부분이 유죄라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 지위와 역할,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지휘부 지시에 따라 연구계획 문건을 작성한 공동정범에 해당하고, 문건을 예산 담당 공무원에게 발송하는 방법으로 이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계엄검토 문건을 은폐하거나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문서 전자기록을 훈련비밀인 것으로 위작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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