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에서 '예배 참석하지 않았다'고 거짓말 시킨 목사 집행유예

1심에선 벌금형, 2심에선 양형 부당 받아들여져 징역형 집행유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도들에게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게 한 목사가 원심의 벌금형을 깨고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가중처벌 됐습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최형철 부장판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교사로 기소된 A(62)씨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5조의2에 따르면 감염병에 관하여 주의 이상의 예보 또는 경보가 발령된 후에는 감염 여부 확인에 필요한 사실에 관하여 거짓 진술,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해서는 안 됩니다.

A씨는 2020년 8월 중순쯤 자신의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교인 B와 C씨에게 전화해 "역학조사를 받을 때 자신의 교회에서 예배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거짓 진술하도록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교인들도 보건소 역학조사관에게 '교회를 다닌 지 오래됐다', '교회를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교인들은 목사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범행 이후 C씨의 남편이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사망함으로써 이미 상당한 고통을 당한 점 등은 유리한 사정이나, 감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상황에서 범국가적인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은 엄단이 필요하다"며 교인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500만 원, 목사에 대해선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교인 B씨와 C씨는 각각 벌금 500만 원과 300만 원으로 감형됐지만, A씨는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교회의 이익을 위해 피고인 B씨와 C씨에게 이 사건 범행을 교사해 죄책이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해 감염병 방지를 위한 행정력이 불필요하게 낭비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ldustn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