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56·사법연수원 25기) 특별검사팀이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기며 100일 간의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수사 결과 고 이 중사의 사망 전 소속 부대 상급자와 수사관계자에 의한 범죄가 확인됐고, 사망 이후 수사 과정에서도 사건 무마 및 2차 가해 등이 확인됐습니다.
특검팀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이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6월 5일 수사에 착수한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이날까지로, 그동안 특검팀은 국방부와 공군본부,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 공군수사단 등 수십 곳을 압수수색하고 사건 관련자 164명을 조사했습니다.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당한 뒤 5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군검찰은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이 중사가 사망한 뒤에도 가해자 조사를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고, 뒤늦게 국방부가 수사에 나서 15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전 실장을 비롯한 법무실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아 특검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100일 간의 수사를 마무리한 특검팀은 지난 8월 31일 법무관 출신 A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고, 지난 9일 전 실장 등 공군 관계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특검팀은 의혹의 핵심으로 꼽혔던 전 실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면담강요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특검팀은 전 실장이 자신을 수사 중인 군검사에게 전화해 자신이 국방부 군사법원 군무원에게 범행을 지시했다고 한 구속영장이 잘못되었다고 추궁하는 등 계급 및 지위에 따른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 당시 고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였던 20비 대대장과 중대장도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특검팀은 당시 20비 대대장에게는 이 중사와 강제추행 가해자의 분리를 지연시키고 선임 부사관의 이 중사 회유 시도를 알고도 징계요구를 방임했다는 혐의(직무유기)를 적용했습니다. 당시 20비 중대장에게는 이 중사가 전입하려는 15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다는 등 아무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혐의(명예훼손)를 적용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20비 군검사는 2차 가해 정황을 알았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구속 필요성 검토 등을 방임했고, 휴가 등을 이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지연시키는 등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또 동기 법무관 등이 참여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관련 내용의 글들을 게시하여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혐의도 받습니다.
특검팀은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가해자인 장 모 중사도 다른 군인들을 상대로 강제로 추행하지 않았음에도 거짓으로 고소당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말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특검팀은 이 중사의 사망 원인이 배우자와의 불화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공군 관계자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내렸습니다.
특검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 결과에 의해, 이 중사에게 이전에는 없던 자살위험이 강제추행 이후 발생한 뒤에 급격하게 고위험군에 이르렀고,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전입한 다음 증상을 악화시키는 2차 가해를 겪고 심화된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검팀은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전시키겠다는 의도로 부부 사이 문제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라는 허위 사실을 기자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사건당시 공군 공보담당 장교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특검팀은 전 실장의 수사 무마 의혹 단서였던 녹음파일을 조작하고 군인권 활동 단체 관계자에게 위조 증거를 사용하게 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군 법무관 출신 A 변호사를 지난달 말 구속기소했습니다.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 및 특임군검사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못한 제반 의혹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규명해 내기 위해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증거주의에 따라 수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특검팀은 "특검 수사를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설 자리마저 주지 않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꽃다운 나이에 품었던 꿈을 채 펴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이예람 중사의 명복을 빌고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 서영수 기자 engmat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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