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01만580원. 9급 1호봉 급여 171만5170원.'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급여에 분노한 2030 공무원들이 '상복'을 입고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급여로 지친 젊은층 공무원들이 '상복시위'에 나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일대에서 모여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의 보수를 1.7% 인상하기로 한 윤석열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동시 하위직 공무원 보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상복 차림의 젊은 공무원들은 '나의 월급', '나의 통장', '나의 월세', '나의 공무원 생활', '나의 워라밸' 등의 문구가 적힌 영정 손팻말을 들고 '청년 공무원 노동자들의 청춘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2023년도 5급 이하 공무원 보수 인상안을 결정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영정 손팻말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재현 전국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장은 현장 발언을 통해 "코로나19 방역과 쏟아지는 업무로 청년공무원이 작년 한 해 1만명이 사표를 냈고, 청년공무원의 자살, 과로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쏟아지는 업무에 죽어라 일한 우리는 다시 최저임금 200여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게 됐다"고 성토했다. 그는 "청년 공무원들은 200만원도 채 안 되는 월급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인생'을 산다"며 "이번 임금인상 결정은 청년들에게 죽으라고 하는 사형선고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석현정 위원장은 "정부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난달 간 공노총이 정부에 외쳤던 것은 저임금·고강도 업무에 시달리는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규자들이 살인적인 고물가 시대에서 살아갈 수 있게 보수를 인상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억대 연봉을 챙기는 고위직의 월급까지 올리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억대 연봉을 챙기는 대통령 이하 고위직들은 임금의 10%를 반납했다는 미명하에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고자 2023년도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의 임금을 1.7% 인상하면서 하위직·신규 공무원 노동자를 정권의 총알받이로 내세웠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2023년도 5급 이하 공무원 보수 인상안을 결정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물가상승률은 7~8% 상승이 예상되지만, 공무원 임금은 1.7%밖에 오르지 않아 하위직 공무원들의 불만이 크다. 전공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9급 공무원 초봉 실수령액은 151만2800원으로 최저임금(182만248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반면 임금 대비 과중한 업무량으로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급 공무원 임씨(28)는 "공무원들은 정시에 '땡'하면 퇴근하는 줄 아는데, 근무 시간 이외에도 업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 52시간을 넘겨서 일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인사혁신처는 하위직 공무원의 급여가 최저임금보다 적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향후 공무원보수규정 개정 등 세부적인 제도 설계 과정에서 중하위직 공무원 보수가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도록 적극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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