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1996년·2010년엔 합헌
합헌과 위헌 격차 점점 줄어…희망 거는 인권,종교단체
합헌과 위헌 격차 점점 줄어…희망 거는 인권,종교단체
오랜 시간 동안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사형제가 다시 헌법재판소 공개 법정에 오릅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와 250조 등에 대한 헌법 소원 심판 공개 변론을 개최합니다.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이 난 이후 사형제가 헌재 재판정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은 2018년 부모를 살해해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 된 A씨입니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사형을 구형 받자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천주교회의 정의평화워원회는 A씨의 동의를 받아 2019년 2월 사형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법 소원을 낸 지 3년 3개월 만에 재판이 열리게 됐습니다.
형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로 사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형법 250조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는 헌법 10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또한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명시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사형제도 찬반/ 사진 = 연합뉴스
이번 헌법 재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생명권'을 사형제도로 박탈하는 것이 합당한 지 따지는 것으로 인간의 존엄과 정의 실현 범위에 범죄자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주요 쟁점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청구인 A씨는 "사형제는 범죄인을 도덕적 반성·개선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사회방위의 수단으로만 취급한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법무부는 "범죄 예방에 따른 공익의 실현 대상은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이라며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흉악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사형 선고·집행이 이뤄지는 것이라면 사형제가 달성하는 공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생명권에 대한 제한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변론요지서를 살펴보면, 법무부 측은 “사형제는 우리나라 헌법상 인정되는 형벌이며 그 내용과 실제 운영에 비춰볼 때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거나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953년 제정 형법부터 존재한 사형제도는 오랜 시간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헌재가 위헌성을 따진 것만으로도 이미 두 차례로 현재까지 헌재는 합헌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수강간 혐의로 사형 선고받은 B씨 역시 형법 제41조와 250조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1996년 열린 재판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첫 합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당시 헌재는 "인간의 생명이 자연적 존재로서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만, 이것이 서로 충돌하거나 생명 침해에 못지않은 중대한 공익을 침범하는 경우 국가가 '어떤 생명이 보호돼야 하는지' 규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필요악으로 선택된 사형이 아직 헌법 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당대 문화 수준이나 사회 현실에 비춰 사형을 완전히 무효로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뿐, 결국 사형 역시 '제도적인 살인'이므로 필요성이 없어지면 위헌으로 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후 2008년 이른바 '보성 어부 살인사건'을 심리하던 광주고법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법원이 피고인의 위헌 주장을 받아들여 헌재의 판단을 구한 사례인 2010년 재판에서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재차 합헌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나 합헌 의견 재판관 5명 중 2명이 대상 범죄를 줄이거나 시대상을 반영해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입법부에 과제를 주었습니다.
점차 헌재의 합헌과 위험의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종교계와 인권 단체들은 이번 헌법 재판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사형제가 위헌 결정이 나오기 위해서는 헌재 재판관의 9명 중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거나 적극 검토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해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모두 5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헌재는 "사형제는 형사제도에 관해 매우 중요한 논제이며 학계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면서 "이번 변론을 사형제에 관한 헌법적 논의의 장으로 삼아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14일 공개 변론에는 청구인 A씨 측과 이해관계인 법무부 장관 측 참고인이 출석할 예정입니다. 참고인도 10분씩 진술할 예정입니다. 헌재는 공개 변론 후에 내부 심리를 거쳐 연내에 사형제 위헌 여부를 선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서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oyun00531@gmail.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