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아동을 대상으로 신체적 체벌이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8명은 자녀에 대한 징계권을 규정한 법 조항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체벌금지 인식 및 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그 결과 '신체를 꽉 붙잡거나 때리기' 등 신체적 체벌의 경우 36.2%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28.9%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고함치기나 내쫓기' 등의 비신체적 체벌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상황에 따라 필요시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이 각각 34%, 20.1%에 달했다. 반면 '어떤 경우에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은 신체적 체벌이 34.4%, 비신체적 체벌이 45.3%에 그쳤다.
지난해 1월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지만 이번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8.8%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인식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항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 그동안 가정 내 체벌을 용인해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법의 개정 내용을 알고 있는 21.2%에게 체벌이 줄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시 물은 결과 69.7%가 '주변의 인식이나 행동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 또는 '징계권 삭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9.2%는 '체벌 없이 아동을 훈육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최근 1년 사이 자녀에게 신체적 체벌을 한 번도 한 적 없다는 응답자는 67.2%였으며, 비신체적 체벌의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는 33.9%로 확인됐다. 체벌 없이 자녀를 훈육하는 이유에 대해 38.2%는 '체벌 없이도 아이를 훈육할 수 있기 때문에', 30.9%는 '인격적으로 키워야 인격적인 사람으로 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체벌 없이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에 대해선 36.4%는 '주변의 정보보다 양육에 대한 나의 생각이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23.6%는 '육아나 아동 발달 관련 도서', 18.2%는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정보나 교육을 통해, 9.1%는 사회복지기관이나 학교, 문화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부모 교육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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