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게"…포스코 임직원들, 피해자 집 찾아가 2차가해

피해자 만남에 실패하자 가족에게까지 연락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군대식 조직문화·경영진 때문"

20대 여성 직원을 성적으로 괴롭힌 포스코 임직원들이 사과한다면서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 것으로 나타나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성 직원 A씨는 2019년쯤부터 같은 부서 직원 4명으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해 왔다며 지난 7일 포항남부경찰서에 이들을 특수유사강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3년 동안 직원 3명이 회식 때 몸을 밀착시키는 등 성추행하거나 성희롱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4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김학동 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한 23일도 포스코 고위 관계자들은 A씨에게 '사과한다'는 명목으로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집까지 찾아갔습니다. 포항제철소 부소장과 그룹장은 A씨에게 '집 앞에 와 있다' '잠시 시간 좀 내달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포스코는 A씨와 만남이 이뤄지지 않자 가족에게까지 연락을 했습니다. A씨는 "회사 측이 회유하기 위해 자꾸 접근하는 것 같다. 압박감을 많이 느꼈고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김정희 포항여성회 회장은 어제 "포스코는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음성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문제"라며 "2차 가해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회사가 시도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이 2차 가해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포스코 측은 담당부서장 등이 A씨에게 사과문 발표 등을 미리 알리고 직접 사과하기 위해 집을 찾아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포스코 역사상 최악의 집단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지만 최정우 회장은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포스코의 군대식 조직문화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경영진에게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