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00여명을 속여서 가입비 90억원을 뜯어낸 양천구 목4동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관계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김원지 부장검사)는 8일 추진위 위원장 A(53)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2019년 실제 7∼26%에 불과한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을 60∼80%로 부풀리고, 지구단위계획 용도 상향이 불가한 곳에 2021년 입주 가능한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허위로 홍보해 피해자 102명으로부터 가입비 명목으로 9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8년 2∼8월께에는 신탁사에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해 용역비 10억여원을 가로채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그는 2020년 7월까지 제주도 개인 별장 마련과 관광·골프·유흥 등에 추진위 자금 53억원을 사용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지역 개발사업 대행사에 30억원을 대여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A씨의 범행을 도운 총괄이사 B(60)씨도 사기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B씨 2018년 2월 A씨와 공모해 용역비 8억8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탈퇴를 요청한 조합원들의 가입비를 신규조합원들의 가입비로 돌려주는 속칭 '돌려막기' 수법으로 피해 신고를 늦췄다. 2020년 10월 고소장을 받아 사건을 수사한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2월 횡령·배임 혐의만 송치하고 사기는 불송치했으나, 검찰은 재수사와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최종적으로는 검찰은 경찰과 협력해 지난달 A씨를 구속했다. 추진위의 신탁자금은 완전히 소진됐으며, 이들이 확보한 토지는 현재 경매 절차가 진행돼 재개발 사업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 유지를 철저히 할 뿐만 아니라 추가 피해자를 확인해 피해자를 보호할 것이다"라며 "실질적으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범죄수익환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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