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영 논리가 법치주의 삼켜 괴로웠다"
사직 인사에도 '윤석열 사단' 검찰총장 등 요직 후보 가능성 여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박찬호 광주지검장(사법연수원 26기)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사직 인사에도 '윤석열 사단' 검찰총장 등 요직 후보 가능성 여전
박 지검장은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의 글을 올리며 "검찰이 어려운 때에 사직하게 돼 너무 죄송하다"며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박 지검장은 앞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 당시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서 이 사건을 지휘했다가 이후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로부터 제주지검장으로 좌천됐는데, 글을 통해 "제가 제주와 광주로 발령받았을 때 안팎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렸지만,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이백, 행로난)를 외우며 패기를 잃지 않으려고 했고,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굴욕을 무릅쓸 각오가 있어야 한다’(조지훈, 지조론)는 대목도 되새겼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최근에 우리 사회에 정치적 진영논리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법치가 무너져가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우리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괴로웠다. 검찰 내부의 동료 간 믿음과 화합마저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수완박’ 등 최근 일방적으로 진행된 형사사법제도 변경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간절히 희망해 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사직서에도 불구, 윤 대통령이 각 부처 요직에 검찰 출신 측근을 기용하고 있는 만큼 박 지검장이 조만간 핵심 보직을 맡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 지검장은 "제 사직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거나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검사로서 받은 은혜가 너무 커 그 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밝혀 향후 공직을 맡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편, 박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6기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대검 차장보다는 한 기수 위며,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각각 2차장검사,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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