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방문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거느린 스타들이 '선한 영향력'을 마음껏 뽐낸 자리였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의 마지막 날인 이날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고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아시아계와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제도 주민 유산의 달' 마지막 날을 맞아 BTS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며 성사됐다. 만남이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만남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메시지를 게재했다.
트위터에 공유된 59초 분량의 동영상에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앞까지 나와 BTS 멤버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담겼다. BTS가 "대통령님을 뵙게 돼 영광입니다"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온 걸 환영한다"며 "어서 오라"고 반겼다. 이는 자막으로 "Come on up here, guys"로 표기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BTS 멤버들과 앉았다.
그는 "이번 달은 미국에 중요한 달"이라며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친구들이 진짜 차별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착한 사람들이 혐오에 대해 말할 때 혐오는 숨는다. 혐오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말할 때 혐오는 쓰러진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멤버 RM은 "대통령님께서 '코로나19 혐오범죄법'에 서명해 법으로 만든 것에 감사드린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라며 "백악관과 미국 정부가 관련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에서 BTS 멤버들과 나란히 서서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한 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BTS를 만나서 반가웠다"며 "여러분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 증가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한 일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방탄소년단은 면담 이후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면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우리 아미(방탄소년단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한편, 방탄소년단이 국내를 넘어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하고 지난해 '버터'(Butter)로 무려 10주 1위를 기록하는 등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면서 이들의 '선한 목소리' 역시 점점 커졌다.
BTS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던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 행사에서는 "백신 접종은 저희를 기다리는 팬들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이 자리에 오기 위해 끊어야 하는 티켓 같은 것"이라며 백신접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이자 세계 청년대표 자격으로 유엔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지금 청년들은 변화에 겁먹기보다는 '웰컴'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 에너지로 일상을 채워나가자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특히 BTS는 내놓는 곡마다 발매하는 노래마다 한국, 그리고 아시안 아티스트로서 새 기록을 쓴 만큼 이번 백악관 방문의 주제인 '아시안 헤이트'(아시안 혐오) 문제와 관련해서도 꾸준히 입장을 내왔다. 작년 3월에는 서구사회의 아시아계 혐오와 관련해 트위터에 "진심으로 분노한다"며 관련 해시태그(#)를 붙이는 등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11월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에서는 RM이 "(아시안 헤이트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항상 내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RM은 이어 "미국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많은 장벽이 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우리가 만든 음악 등이 (고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아시안에게 많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에서 시작한 아티스트로서 우리가 가진 정체성, 언어, 장르의 한계점 등 보이지 않는 벽이 아직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슈가도 "아직 뛰어넘을 장벽이 있다는 것에, 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방탄소년단은 이 밖에 유니세프와 전 세계에 희망을 전하는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진행하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이날 이든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백악관 기자실에 들러 반(反)아시안 혐오범죄 척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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