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주민을 두고 마을 제사에 오면 부정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50대 공무원에게 명예훼손 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부산 지역 공무원 A씨(58)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주민자취위원에게 전화 통화하면서 "남편과 이혼한 B씨가 마을제사에 참석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튿날 주민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A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에선 모두 유죄판단을 내렸다. 이혼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에 더해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과 비난을 포함하고 있어 이혼한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선 판단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의 당산제 참여에 관한 의견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평가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혼 사실 자체만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최예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