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으로 78억원을 편취해 약 15억원을 중국으로 불법 송금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이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곤호)는 수 차례 자금세탁을 거쳐 보이스피싱 피해액 약 15억 원을 중국으로 빼돌린 자금세탁, 국외반출책 조직원 4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죄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경찰에서 넘어온 4700만원 규모의 단순 현금수거책 송치사건을 보완수사 하던 도중 이 같은 피해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지난해 1월~2월 무역 수출입대금을 가장해 자금세탁을 거쳐 최소 수시간에서 수일 안으로 중국으로 실시간 불법송금을 실시했다. 이들은 콜센터 9개 팀 27명을 비롯해 현금 수거책, 자금 세탁책, 국외반출책 등의 조직원으로 구성된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로 해당 조직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 총 1300억 원에 달하는 피해금액을 중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는 2020년 국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약 7000억 원)의 20% 가까이 육박하는 규모다. 검찰 관계자는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이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피해금액을 수출입대금 등으로 가장해 중국으로 빼돌리고 있는 실체를 확인한 최초 사례"라며 "(조직이) 수백개의 자금세탁계좌를 동원하고 가상화폐거래소를 경유하고 있어 고도의 금융, 사이버수사 역량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그동안 축적한 금융범죄 수사 경험에 따라 실체를 규명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가 논의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따르면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제한적으로 보완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검찰이 직접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경찰이 송치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송치된 현금수거책이 아닌 공범 등이 추가 발견돼도 보이스피싱 상위조직원 보완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보이스피싱과 같은 중대한 서민경제침해 사범 수사에 대한 법적 공백이 발생해 중국에 있는 범죄조직이 범죄로 인한 이익을 취득하고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모순된 결과 초래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2일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경찰 수사로 모든 걸 끝내고 싶은지, 검사가 한 번 더 보고 판단해주길 바라는지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패수사할 수 있는 총량이 줄어드는 게 과연 맞는 부분인지 언론과 국민이 판단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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