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근무하는 검찰 수사관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개정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 내 수사분야 양축을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이 모두 검수완박 집단 반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21일 인천지검 부천지청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부천지청이 최근 정치권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검찰 내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했다.
김형근 부천지청장의 사회로 검사 보임 2년차 유재승 검사, 10~20년차 전문 수사관으로 활동해 온 서상봉 심층수사팀장, 윤하나 수사관, 김창수 수사관이 참석했다.
서 팀장과 윤·김 수사관이 속한 심층수사팀은 지난해 8월 부천지청이 수사경험이 풍부한 수사관을 모아 만든 전국 1호 조직이다. 이들은 금융거래 추적, 회계 분석, 모바일 분석 등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베테랑 수사관들로 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보완 수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부천지청은 관할 지역이 베드타운 성격이 크고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특성을 살려 이 팀을 만들었다.
경찰 송치 사건을 오랜 기간 보완 수사해 온 심층수사팀의 수사관들은 "검수완박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팀장은 "경찰에서 올라오는 사건은 안개가 자욱한 사건들이 대부분이고, 검사와 수사관은 선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면서 "검찰 수사권이 차단되면 이런 작업을 할 수 없는데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수사관은 최근 경찰이 송치한 한 사건의 예를 들며 검찰 수사권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수사관은 "경찰에서 SNS에 등록된 전화번호 주인을 피의자로 특정해 송치했는데 휴대전화를 친구에게 빌려줬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SNS 접속 장소, IP 주소를 확인한 결과 실제 범죄행위는 친구로 확인됐다"면서 보완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13년 간 수사업무를 해온 윤하나 수사관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선배 수사관들이 쌓아온 수사역량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수사 시스템이 사장될 수 있다"며 "우리 수사관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언론틀 통해 바라만 보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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