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믿고 40번 범행 중학생…이번에는 못 빠져나간다

자동차를 훔쳐 무면허로 운전한 중학생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금까지 비슷한 범행을 상습적으로 저질렀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생일이 지나 촉법소년의 기준인 만 14세가 넘은 것을 잊은 채 또 범죄 행위를 해 처벌을 받게 됐다.
19일 광주서부경찰서는 전날 특수절도 등 혐의로 A군(14) 등 2명을 입건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15일 오전 4시 5분께 광주 서구 금호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문이 열려 있었던 승합차에 탑승해 운전을 하다가 단지 내 세워진 차량 1대를 들이받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량을 노려 금품을 털어 왔다. 이번에도 절도를 목적으로 침입했다가 시동이 걸리자 차를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추적한 결과 약 7시간 만에 전남 목포의 한 숙박업소에 숨어있었던 이들을 검거했다.
A군은 과거에도 40여차례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았다. 촉법소년은 범법 행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부터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의미한다. 형사책임 능력이 없는 형사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감호위탁·사회봉사·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에 그친다. 하지만 A군은 올해 생일이 지나 처벌 대상이 됐다. 경찰은 A군 일행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절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3만5390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7081명, 2020년 7535명, 2021년 847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만 13세의 강력범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가운데 만 13세가 2만2202명으로 전체의 62.7%를 차지했다. 만 12세는 7388명, 만 11세는 3387명, 만 10세는 2413명으로 파악됐다.
범죄유형별로는 절도가 2만2993명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폭력(1만199명), 강간·추행(1913명), 강도(47명), 살인(9명) 등 순이었다. 살인을 저지른 9명 중 6명이 만 13세였다. 강도범 47명 중 43명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3회 이상 소년원에 송치되는 경우와 같이 보호처분만으로 교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촉법소년의 경우 예외를 적용해 형벌로 다스리도록 하는 법안 등을 발의할 전망이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