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확진자 집계 발표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국민 5명 중 1명꼴로 감염이 된 데다 '깜깜이 확진자'도 늘고 있어서다.
28일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11주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만7213명이다. 전날보다 약 13만명 급감한 수치로, 전주 동일과 비교해서도 2만1956명 줄어들었다.
물론 안심하기엔 이르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기피하는 숨은 감염 사례들도 있음을 고려하면 오미크론이 확실히 감소세로 들어갔는지는 좀 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중증자와 사망자 수 증가는 정점의 2~3주 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 이날 위중증 환자 수는 1273명으로 지난주 월요일보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매일같이 이어지는 확진자 집계를 더는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A씨는 "매일 수십만 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니 그러려니 하게 된다"면서 "국내 통계보다는 내 주변에 누가 걸렸는지만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한 B씨는 "한 번 걸리고 나니 확진자 집계에 관심이 없어졌다"면서 "2주 전까지만 해도 매일 뉴스에서 감염 추이를 검색했는데 이젠 몇명씩 확진되는지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방역조치가 완화하면서 경각심이 더 풀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C씨는 "지난 주말 홍대에 놀러갔더니 술집과 거리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면서 "정부가 위중증 환자 수나 사망자 수를 매일 밝혀도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확진 판정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업종에서는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자가검사키트로 양성을 확인했음에도 격리조치를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대학생 D씨는 "자가키트에서 두 줄이 나와도 확진 사실을 숨기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숨은 감염자까지 더하면 확진자가 훨씬 불어날 테니 정부 발표 수치는 정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현황 발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확산세가 감소세로 전환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확진자 수 발표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면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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