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속한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아동복지학회는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먼저 알리는 제도 '출생통보제' 도입을 17일 국회에 촉구했다.
출생통보제란 부모의 출생신고가 없으면 국가가 아동의 출생을 확인할 수 없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조치다. 지난 2일 출생통보제 도입에 관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주검으로 발견되고 나서야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드러났던 구미, 여수 등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보호자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현행 출생등록체계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출생 미등록 아동 146명 중 약 20%는 조사 당시까지 여전히 출생 미등록 상태였다. 학대 피해 아동 신고 사례 중에서는 매년 약 50~70명의 아동이 출생 미등록 사례로 추정된다.
출생등록은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조치라고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설명했다. 출생등록에 대한 권리란 이름·출생 연월일시·장소·부모의 국적과 이름 등 '출생한 아동을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국가 통계로 산출될 수 있도록 공적으로 기록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행 법제는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출생 통지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최혜영 의원은 "세상에 태어났으나 공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동이 더 이상 생기지 않고, 어떤 아동이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당법의 조속한 통과와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재단법인 동천 이환희 변호사와 성유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출생 미등록 사례로 본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환희 변호사는 "출생신고 제도의 공백을 줄이고자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의장이 출생 신고할 수 있다는 규정이 2016년 도입됐으나 실제로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 변호사는 "가족관계등록법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외국국적 아동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출생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며 "최소한 태어난 장소를 관할하는 국가에서 출생한 사실은 확인받을 수 있도록 현행 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불필요한 중복 행정으로 인한 업무 부담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등을 이유로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의료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출생신고를 피하기 위해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희진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변호사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일련의 개정안은 출생신고 확인 절차에 따르는 가족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부득이한 경우 국가가 직접 출생등록의 주체자로 역할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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