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는 중증화율이 낮아 감기정도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간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감기와는 차원이 다른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하는 확진자들의 경험담이 속출하고 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22만617명 급증해 62만1328명이다. 전날 첫 40만명대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60만명대에 진입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825만592명이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재택치료 중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주로 발열, 인후통, 근육통, 두통,몸살 등 증상을 보이며 생각보다 심하게 아프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장인 20대 A씨는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너무 아팠고 며칠동안 목소리가 안 나왔다"며 "한때 가래로 목이 꽉 막혀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에 감염된 직장인 30대 B씨는 "이틀정도 열이 38도 아래로 안 떨어졌고 한동안 두통에 시달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기침이 심해져서 숨이 막히기도 했다. 결코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격리 해제 후에도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기도 나온다. 지난달 코로나19에 걸린 20대 C씨는 "후각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직 입맛도 없고 가래, 잔기침 안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증상이 코로나19 후유증이 맞는지 우려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코로나 걸린 지 한 달이 지났는데 가끔씩 열이 38도까지 오를 때가 있다", "근육 마디마디가 아프다", "37도 이상 미열이 계속되고 체력이 떨어진다", "불면증과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도 후유증인가", "소화가 잘 안된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17일 오전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증상이 장기간 지속하는 현상을 '롱 코비드'(Long COVID)라고 정의했다. WHO에 따르면 롱 코비드는 감염 후 3개월 이내에 나타나 최소 2개월간 지속하는 상태다. 증상으로는 피로감, 호흡곤란, 인지 장애 등이 있으며 후각이나 미각 이상, 근육 약화, 심장 두근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델타 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은 낮지만, 만성 피로와 발열, 두통, 기침 등 증상이 오래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입원 환자 등 준중증 환자들은 90% 가까이 후유증이 나타나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실상 재택치료가 어려운 만큼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2~3급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코로나19 진단검사와 치료가 동네 병·의원에서 이뤄지고 상황에서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으로 분류해 대응하기에는 의료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코로나19가 1급 감염병에서 제외되면 정부가 전액 부담해온 입원치료비, 팍스로비드 투약 비용 등은 환자가 부담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주일 격리만으로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미 병동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확진자들도 대면 진료를 볼 수 있는 일반시스템으로 바꿔야한다. 병동이나 요양시설에서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 투여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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