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죽여줘"...암투병 고통 20년 지기 부탁에 살해한 40대

1심서 2년 6개월…항소심서 징역 1년

난치성 암투병으로 고통받던 오랜 친구의 부탁에 살해를 저지른 40대 여성에 대해 법원이 절반으로 감형했습니다.

오늘(10일) 법조계에 의하면 광주고법 제2-3형사부(부장 박정훈)는 촉탁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작년 3월 19일 광주 자택에서 함께 거주하던 40대 여성 B 씨의 부탁을 받고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20여 년 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언니‧동생 사이로 지내왔으며 2011년부터는 한 집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던 2014년 B 씨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투병에도 병세는 계속해서 악화됐고 틍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늘었습니다. 사망 직전에는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만큼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B 씨는 2020년 초부터 A 씨에게 “몸이 아파 살 수가 없다. 제발 죽여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습니다.

이들은 2020년 말 함께 병원에 가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은 뒤 한 차례 범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A 씨는 약을 먹고 잠이 든 B 씨를 살해하려 했으나, 중간에 깨어난 B 씨가 만류하면서 미수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이후 A 씨는 B 씨의 부탁대로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이후 27일 동안 B 씨 시신을 방치하다가 작년 4월 15일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B 씨가 작성한 유서에는 “언니(A 씨)에게 힘든 부탁을 했다. 언니도 피해자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작년 10월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아픔을 줄여주려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가족과 단절된 채 장기간 피고인에게만 의존하며 생활한 점, 피해자의 유서 내용 등을 고려했다”면서도 “피고인은 가족은 아니었지만, 장기간 같이 산 동거인으로서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촉탁살인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라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생전 피해자를 비교적 잘 돌봐왔던 점 등을 두루 참작한 결과 원심의 형이 무겁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감형했습니다. 또 재판부는 범행을 자수한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고 판시했습니다.

항소심 재판을 받던 A 씨는 눈물을 보이며 계속 흐느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