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여자인 척 남성들을 속여 약 2억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지난달 27일 사기·공갈·절도·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모씨(24)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권씨는 2020년 3월부터 채팅 앱에서 만난 남성들에 자신을 23세 여성이라 소개한 뒤 교제하자거나 동거하자면서 생활비, 보증금, 휴대폰비 등으로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권씨는 피해자 A씨에게 "같이 살 집을 구하자. 보증금, 살림살이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돈을 내가 관리하겠다"며 23회에 걸쳐 3260만원을 받아냈다.
다른 채팅앱으로 알게 된 피해자 B씨에게는 밀린 휴대전화 비용 등을 빌려달라며 80만원을 편취했다. 또 생계지원금을 받아 돈을 갚겠다면서 금융 정보를 알아낸 뒤 1700만원을 대출받아 대부분을 빼돌렸다.
다른 피해자 C씨에게는 음란행위를 하는 영상을 전송받은 뒤 이를 뿌리겠다고 협박해 약 300만원을 뜯어내고 수백만원을 대출받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권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남성들에게 돈을 뜯거나 인터넷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만난 이들에게 사기를 쳐 돈을 편취했다.
재판부는 "피해액 합계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데도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면서 "피고인은 절도 등으로 여러 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고 재판 중에도 미결수용자를 폭행하는 등 규율위반 행위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불우한 성장 과정이 이 사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권씨는 상소권포기서를 제출했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