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기가 끝난 공공기관장 자리를 임기내 채우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한국공항공사 차기 사장이 '4파전'으로 압축됐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이례적으로 최종 사장 후보를 2명이 아닌 4명으로 추천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사장 공모 때부터 유력 후보로 거명돼온 국가정보원(국정원) 전 차장이 최종 후보에 포함돼 있어 공사 안팎에서는 연막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공운위를 열어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 공공기관 인사안건을 의결했다.
한국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5명의 후보중 민간 기업 출신 인사를 제외한 4명의 후보를 모두 사장 후보로 의결했다. 국정원 전 차장(차관급) A씨와 한국공항공사 부사장 B씨,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으로 전국화물공제조합 이사장을 지낸 C씨, 공군 장성으로 퇴임한 뒤 군인공제회장을 역임한 D씨가 최종 결선에 올랐다.
한국공항공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단수 후보를 추천할 주주총회 소집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국토부 장관은 공사 추천 단수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연장 근무중인 손창완 현 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13일 종료된 상태여서 후임 사장은 이르면 이달 중순께도 취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공기관장 임명은 형식적으로는 해당 공기업이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모양새지만 대통령에게 임면 권한이 있어 사실상 내정된 상태에서 공모가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사장 공모 기간에 특정인 유력설이 나오고 실제로 응모해 최종 사장으로 임명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국정원 차장을 지낸 A씨 유력설이 공사 안팎에 파다하게 깔린 상태다. 과거에도 국정원 출신이 이사장(공사 전환 전 공단으로 운영)을 맡긴 했다.
공군 준장 출신으로 서울신문사 전무, 중앙정보부장 직무대행을 한 윤일균 이사장(1980년 5월~1986년 9월), 특전사령관, 국가안전기획부 안전조정통제본부장, 국가안전기획부 자문위원장을 지낸 육완식 이사장(1991년 6월~1993년 11월)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군사정권 시절에 임명됐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으로 시작된 문민정부 이후 공항 공기업 수장에 국가정보기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발탁된 적은 없다. 공사 안팎에서 '군사정권으로 회귀하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공사 직원들은 "문민정부 이후 사라졌던 국정원 출신 인사가 국정원 개혁을 부르짖은 문재인 정권에서 유력 사장 후보로 등장할 줄은 몰랐다"면서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공운위는 사장 후보를 2배수가 아닌 4배수로 늘려 잡아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2배수로 압축할 경우 A씨가 너무 눈에 띄어 연막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부터 이후 임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변수를 고려해 후보를 넉넉히 늘린 것 아니냐 등의 다양한 풀이가 나온다. 기재부는 주로 매달 말 개최하던 공운위 일정도 이달들어 둘째주에서 다시 첫째주로 앞당겨 열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공공기관 자리를 대선 전 채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공항공사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으로 김포국제공항 등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는 다른 공기업이다.
현재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매출액은 2019년 대비 40.2% 감소했고,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면세점 임대수익이 전년 대비 53.2% 급감했다. 여객 감소로 공항시설 이용 수익 또한 48.5% 감소해 2020년 첫 적자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공사 한 중견 간부는 "현재 공사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지방공항 활성화, 김포공항 주변 택지 개발, 신공항 건설, 자회사 노사 문제, 노동이사제 등 현안이 적지 않다"면서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사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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