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던 여경이 자신과 교제 전 다른 경찰관과 만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불법으로 폐쇄회로(CC)TV를 열람한 경찰관들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더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원지역 전·현직 경찰관 A씨(37)와 B씨(29)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열람한 CCTV 영상과 수배·주민 조회 내용을 누구에게도 유포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개인정보 침해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며 벌금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초동수사권이나 수배 및 주민 조회를 할 권한은 고도의 책임이 따르는 권한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본분을 망각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징역형을 선고하되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 경찰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그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자는 매우 내밀한 사적 영역을 침범당했고,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A씨와 교제를 시작한 여경 C씨가 앞서 다른 경찰관과 교제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9년 8월 한 빌딩 관리사무소에서 CCTV를 열람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당시 경찰 공무원증을 제시하면서 경찰공무원의 권한인 초동수사권까지 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와 C씨가 헤어진 뒤에도 B씨는 C씨가 또 다른 동료 경찰관과 사귄다고 의심해 2020년 7월 21일 저녁 C씨의 집 근처에 주차돼있던 차량에 대해 수배 및 주민 조회를 했다. 마침 A씨도 이튿날 아침 같은 의심을 품고 C씨 집 근처에 주차된 차량에 대해 사적인 목적으로 수배·주민 조회를 했다.
이런 일을 겪은 해당 여경은 지난해 3월 경찰 내부 게시판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A씨와 B씨는 경찰 징계위원회에도 넘겨져 각각 해임과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C씨를 성희롱하거나 2차 가해를 한 경찰관 총 12명 중 10명도 중징계 또는 경징계를 받았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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