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폄훼·간첩 미화" 비판
과거 '조선구마사' 때보다 빠른 청원
과거 '조선구마사' 때보다 빠른 청원
제작 단계부터 역사 왜곡 우려가 불거졌던 드라마 '설강화'가 결국 방송 시작과 동시에 방영을 중지해달라는 시청자들의 비판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역사 왜곡 논란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 하루 만에 20만 명 돌파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어제(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은 오늘(20일) 오전 10시 기준 246,432명이 동의하면서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하루 만에 돌파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중국식 한복, 월병 등을 소품으로 활용해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던 드라마 '조선구마사'보다 빠른 속도로, 당시 '조선구마사'는 청원 이틀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 2회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습니다.
'설강화'는 제작 단계부터 남파 간첩과 민주화 운동을 하는 여학생의 사랑을 담은 설정으로 우려가 나왔었습니다. 앞서 방송사와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도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은 "'설강화'는 1987년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군부정권과 대선정국이라는 상황 외에 모든 인물과 설정은 가상의 창작물"이라며 "그런 창작을 한 이유는 전체 이야기 중심의 수호(정해인 분)와 영로(지수 분)라는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위해 포커싱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제작진들의 해명과 달리 '설강화' 1화에는 여자 주인공이 간첩인 남자 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주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이에 청원인은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간첩인 남자 주인공이 도망가며 안기부인 서브 남자 주인공이 쫓아갈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돼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와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일갈했습니다.
청원인은 또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에 다수의 외국인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으니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끝으로 "한국은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이러한 민주주의는 노력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결백한 다수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쟁취한 것"이라면서 "이로부터 고작 약 30년이 지난 지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돼야 하며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 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불매 운동' 결의에 광고·협찬사도 줄줄이 손절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 사진=JTBC 제공
해당 글에 대한 청원 동의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시청자들이 불매 운동을 결의하는 등 사태가 악화하자 광고계와 협찬사들도 '설강화' 손절에 나섰습니다.
협찬사인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은 어제 공식 홈페이지에 'jtbc 드라마 설강화 소품 협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패션 브랜드 '가니송' 측도 "역사 왜곡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관련 내용 삭제를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기능성 차 브랜드 '티젠'은 "직접적인 제작 협찬이 아닌 채널에 편성된 단순 광고 노출이었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라고 밝혔고, 협찬사 '한스전자'와 '도평요' 측도 협찬사 게시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지난 3월 해당 드라마의 촬영 중지 요구 청원이 올라왔을 때 청와대 측은 "지나친 역사왜곡 등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해하거나 심의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다"며 "방심위는 시청자 민원이나 방심위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방영된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및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철저히 심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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