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의 여고생 머리카락과 옷에 소변을 본 30대 남성 연극배우가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연극배우 A(33)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극단에서 연극을 하는 A씨는 충남 천안시에서 운전을 하다가 2019년 11월 25일 오후 11시 무렵 아파트 놀이터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던 여성 피해자 B씨(당시 18세) 등 뒤에서 머리카락과 후드티, 패딩점퍼 위에 소변을 본 혐의를 받았다.
B씨는 겨울이라 옷을 두껍게 입어 김씨의 행동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경찰조사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집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남자가 앞쪽으로 튀어나가 깜짝 놀랐는데, 보니까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 중 봤던 남자였다"면서 "집에 가서 옷과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냄새를 맡아 보니 소변 냄새가 나서 뒤에 서 있던 남자가 한 일이라 생각해 신고했다. 짜증이 나고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피고인의 소변을 발견하고 더러워 혐오감을 느꼈다는 점은 알 수 있다"면서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강제추행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는 성기를 드러내고 피해자를 향한 자세에서 피해자 등 쪽에 소변을 봤다.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심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행위 대상이 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행위 당시에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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