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유·무죄 판결이 뒤집혀 관심을 끈 '레깅스 몰카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피고가 재상고하지 않으면 1심이 선고한 벌금 70만원이 그대로 확정된다.
의정부지법 형사2부(최종진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레깅스를 입은 B씨의 하반신을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의 항소 이유인 '1심 양형의 과중 여부'만 살폈다. 2심이 "성범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이미 유죄 취지로 파기한 만큼 다루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며 "형량은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씨에게 벌금 70만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반면 2심인 의정부지법 형사1부는 "레깅스가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했다. 2심에서는 A씨가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통상적으로 시야에 비치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점,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하지 않은 점,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그러나 상고심에서 판결이 또 뒤집혔다. 3심인 대법원 1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는 게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개성 표현 등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신체를 노출해도 이를 몰래 촬영하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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