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자정까지만 마시고 집에 가려고요. 이제 (영업)시간 제한 없잖아요."
1일 오후 7시께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사거리.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체제에 돌입한 첫날 이곳에는 한동안 없던 활기가 돌았다. 친구, 연인 등과 함께 저녁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은 저마다 식당이나 술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근 자영업자들도 모처럼 손님맞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였다. 대로변에 있는 가게들은 대체로 한산했지만, 골목 안쪽에 있는 음식점이나 주점들은 상황이 달랐다. 일부 고깃집과 호프집, 포장마차에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면서 긴 대기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됐다. 일부 다중이용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업장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됐고, 사적 모임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수도권 기준 10명까지 가능하다. 비수도권에서는 12명까지 허용된다.
유흥시설이나 실내체육시설 등 감염병 전파 위험성이 높은 곳에는 일부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서)' 제도가 적용된다.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 651일 만에 일상 회복에 본격 시동을 건 셈이다.
'위드 코로나 1단계' 체제가 도입된 1일 오후 7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의 한 골목. 이날 일부 가게는 야외 테이블까지 모두 만석이었다. [이상현 기자]
가장 대표적인 방역 조치였던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진 이날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월요일인 만큼 단체 회식보다는 서너명씩 모여 식사와 반주를 곁들이는 모임이 많았다. 또 한 유명 클럽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몰려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업장마다 입장하려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체온 측정과 QR코드 스캔, 방명록 작성 등을 당부했다. 그러나 정작 입장이 이뤄진 뒤에는 테이블 간 간격이 1m가 채 되지 않는 등 방역 상 허점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잔하러 왔다는 20대 A씨는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진 게 정말 반갑다"며 "이제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되는 것 아니냐"고 운을 뗐다. A씨는 "월요일이기도 하고, 내일 출근도 있으니 오늘은 자정쯤 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클럽에 가고자 강남역을 방문했다는 20대 B씨는 "위드 코로나 (전환)하면서 클럽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잘 모르겠다"며 "코로나19 전만큼은 아니겠지만, 한층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위드 코로나 1단계' 체제가 도입된 1일 오후 7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역의 한 골목. [이상현 기자]
강남역 골목에서 일본식 맥줏집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C씨는 "아직 단체 예약은 없다"면서도 "손님들이 조금씩 찾아오니 바쁘면서도 한층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겨우내 확진자가 더 늘지 않아서 이 정도로만 유지됐으면 정말 좋겠다"고 덧붙였다.또 고깃집을 운영하는 60대 자영업자 D씨는 "금요일에 10명이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조금 전에 받았다. 단체 예약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D씨는 "하나라도 더 팔아서 빚도 갚고, 월세도 내야 한다"며 "이제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편 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작된 이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닷새 만에 2000명 아래로 떨어져 1686명을 기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6만6386명이다.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4113만8792명(80.1%)이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3868만1202명(75.3%)으로 집계됐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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