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회사와 수급회사의 근로자들이 공사 현장에서 함께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도급회사가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했다면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산건설의 상고심에서 두산건설에 벌금 700만원, 두산건설 소속 현장 책임자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판결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지난 2012년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발주하는 성남시 수정구 소재 건설공사를 맡아 진행했다.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5년 11월 하도급업체 소속 작업자 두 명이 각각 낙하한 건설 구조물에 맞아 숨지고 양수호스를 설치하던 중 추락해 숨지는 등 한달새 2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두산건설과 수급업체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각 회사 현장책임자를 산안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 쟁점은 도급업체인 두산건설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3항에서 명시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두산건설은 "예방조치를 부담하는 사업주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주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해야 하는데, 두산건설 근로자와 수급인 근로자는 함께 작업한 적이 없다"며 두산건설이 산안법에서 말하는 사업주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두산건설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해 두산건설과 회사 소속 현장소장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과 400만원을 부과했다. 수급업체에게는 벌금 700만원, 각 수급회사의 안전책임자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수급인 근로자와 도급인 근로자가 특정 장소 부근에 동시에 일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수급인의 작업장소가 사회통념상 도급인이 운영하는 사업장 내에 있는지, 도급사업자가 사업장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면서 언제든 같이 작업할 수 있는지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두산선설 직원이 현장에 상주하며 현장 시공 상태를 관리 감독한 점을 고려했을 때 두산건설의 관리하에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하며, 이에 따라 두산건설이 산업재해를 예방할 의무를 진다는 취지다.
검사와 두산건설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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