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 '천년 고찰' 내장사(內藏寺) 대웅전 방화 사건 동기가 피의자인 수행 승려와 사찰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수행승은 줄곧 "서운했다"며 사찰 내 불화와 갈등을 암시하고 있는 반면, 내장사 측은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며 피의자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오늘(8일) 전북 정읍경찰서 등에 따르면 수행승 54살 최모 씨는 방화 직후인 지난 5일 오후 6시 35분쯤 경찰에 전화를 걸어 "대웅전에 불을 질렀다"고 직접 신고했습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불을 질렀다"고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찰 안에서 있었던 구체적 갈등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타 종단에 몸담았던 최씨는 3개월여 전에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인 내장사에 들어와 수행승 신분으로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내장사 측은 그를 정식 승려가 아닌 '행자(行者)'라고 했습니다.
내장사는 최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일축했습니다.
내장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활한 75살 대우 스님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그분(피의자)과 사찰 내 스님과의 불화나 다툼은 전혀 없었다"며 "그분은 경찰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그 누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불이 난 그날 오후 4시쯤에도 그분은 다른 암자에서 온 스님과 사찰 내에서 차를 마셨다"며 "그 자리에서 그분은 '내장사에 오니까 모두가 잘해줘서 좋다'며 되레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 왜 2시간 뒤에 그런 짓을 했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현재까지는 (서운함을 느꼈다는 게) 피의자의 일방적 진술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대웅전 화재가 진화된 이후에 스님 등 사찰 관계자들을 만났으나 최씨가 언급한 '서운함'에 대한 부분을 찾지는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읍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타 종단에서 온데다 오랜 세월 수행했음에도 정식 승려 신분이 아니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다른 스님들에게 그런 부분에서 감정을 가진 것 같다"며 "진화 이후 조사 과정에서 사찰 내 갈등이나 불화에 대한 부분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씨는 지난 5일 6시 30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전날 구속됐습니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대웅전이 모두 타 17억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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