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관과 협의도 없이 무조건 옮기라니…"
오늘(17일) 경기도 3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포함된 한 산하 기관 직원은 이같이 말하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동부 지역으로 산하 7개 공공기관을 추가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계획'을 발표한 직후, 해당 기관 대부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대상 기관은 수원에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연구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복지재단, 경기농수산진흥원 등입니다.
대다수 직원은 수원을 비롯한 남부권에 거주지를 두고 있으나 기관이 북·동부로 이전하면 사실상 출퇴근이 어려워져 직원 1천여 명과 가족들은 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GH와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수원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에 신축 사옥 착공을 앞두고 있어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불러올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신용보증재단 노조 관계자는 "상가를 분양받은 상인들이 받을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며 "신사옥이 들어설 광교융합타운 인근 시민을 대상으로라도 미리 공청회를 열었어야 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재단 본점에 대한 업무구역 지정은 지역신용보증재단법에 따라 정관으로 규정해야 하는데 정관을 개정하려면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도지사가 이전할 권한은 없다고 본다"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이전 문제가 기관과 협의 없이 급박하게 추진됐다"고 덧붙였습니다.
GH 노조 관계자는 "균형 발전을 위한 길이고, 특별한 희생엔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그러나 이번엔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이 특별한 희생을 치르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가족들과 함께 수원권인 생활근거지를 옮겨야 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반발이 있다"며 "우수한 신입 인력 채용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염려했습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전 결사반대', '도청부터 이전하라'는 항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혹스럽다"면서도 "도의 방침인데 따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3차 이전 대상에 포함된 기관들은 이날 오후 경기도 소관 공공기관 노동조합 연합체인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회의를 열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균형발전 관점에서 경기도 공공기관을 소외지역으로 분산 배치한다는 취지에 대해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법에 대해서는 수원시, 도의회와 긴밀히 협의해달라"며 "경기 남부권 도민의 행정서비스 접근권이 제한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한편 북·동부 지역들은 도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결정에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포천시 측은 "낙후된 경기 북부의 균형발전을 위해 경기도 공공기관을 추가로 이전하기로 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포천시의 경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나 경기연구원 등의 공공기관 유치를 희망하며 유치 때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주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신청 때 4곳을 신청해 모두 탈락해 아쉬웠는데 3차 이전 때는 1곳이라도 유치되길 희망한다"며 "공공기관이 파주로 이전하면 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떠나 그간 중첩 규제로 소외감이 컸던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자부심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 지사는 이날 회견에서 직원들의 이사 문제를 두고 "공공기관 이전 취지는 해당 지역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불편하더라도 해당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며 "다만 이사 비용은 도에서 일부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관 이전 결정을 앞두고 타당성 연구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산하 기관이 소외 지역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 없이도 충분히 이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지사는 이어 공공기관 이전이 최근 불거진 북부 분도론과 관련 있냐는 취재진 질의에 "북부에 정책 배려가 없다면 세수 등이 오히려 남부에 몰릴 가능성이 있어 분도론과 이번 기관 이전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분도는 공무원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들의 승진에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지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지사는 이번 공공기관 이전 발표를 끝으로 추가 공공기관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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