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에서도 영남알프스 등산 열기가 뜨겁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해발 1034m 고헌산 정상. 정상석 주변에는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고헌산은 등산로가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등산 시작점마다 차이가 있으나 정상까지 1~2시간이 걸린다. 어림잡아 오전 8시 전후 산행에 나서야 이 시각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이날 고헌산 기온은 영하 10℃까지 떨어졌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8℃를 넘나들었다. 등산 배낭 속 생수가 얼어붙을 정도였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정상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발길은 오전 내내 이어졌다. 등산객들은 시원하게 펼쳐진 산 능선을 감상하면서 겨울산의 정취를 만끽했다.
이날 오후 고헌산 인근 문복산(해발 1014m)도 등산객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여섯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등산객과 20대 여성들도 눈에 띄였다. 문복산도 등산로가 가파르다. 특히 드린바위로 올라가가는 방향은 암벽을 타고 올라가야 해서 길이 험난하지만 등산 행렬은 계속됐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을 비롯해 경남 밀양과 양산, 경북 경주와 청도에 걸쳐 해발 1000m 이상 9개 산이 모여 있는 산군(山群)이다. 9개 산은 가지산, 재약산, 천왕산,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고헌산, 운문산, 문복산 등이다. 산세와 경치가 뛰어나 전국 등산 애호가들이 사시사철 즐겨 찾는 등산 명소이다.
영남알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실내 운동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평소 등산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영남알프스로 몰렸고, 산이 멋지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년 내내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천황산과 간월재 억새가 절정인 가을에는 주말의 경우 줄을 서서 등산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지난 10일 체감온도 영하 18도의 맹추위 속에 고헌산에 오른 등산객들이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영남알프스 등산객 수에 대한 통계는 없다. 통계가 잡히는 것은 울산 울주군이 영남알프스 9개 산을 모두 오르면 인증 절차를 걸쳐 기념 메달과 페넌트를 주는 사업이 유일하다. 이 사업은 2019년 8월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참여자는 2만1000여명, 완등자는 1만여명에 달했다. 완등자 70%는 울산 외 지역에서 왔다. 2019년에는 3800여명이 참여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최근 젊은 등산객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등산객의 대략 절반 정도는 20~30대로 추정한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울주군은 올해부터 영남알프스 9개 산을 모두 오르면 은화를 기념품으로 준다. 울주군은 선착순으로 완등자 1만명에 은화를 증정할 예정이다. 예산도 6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하루라도 빨리 산을 다녀오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울주군은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은화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등산객 김모 씨(47)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도 영남알프스를 찾는 등산객들은 여전히 많을 것"이라며 "영남알프스가 사랑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너무 몰려 자연환경 훼손이 우려된다. 일부 산은 가파른 바위를 오르는 위험한 구간이 있는데 울주군 등 관할 기관들이 안전 시설 정비에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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