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배우의 꿈을 안고 경쟁률 높기로 유명한 수도권의 한 예술대학에 합격한 김함대(27)씨는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수도권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배우의 길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렵사리 마련한 등록금을 내고 신입생이 됐지만 학비 마련을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신입생이 누리는 캠퍼스의 낭만과 즐거움이란 김 씨에게 언감생심이었다. 그렇게 1학년을 보내 던 중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대구에 사는 부친이 세상이 떠난 것이다.
김 씨는 "서울로 유학을 오기 전까지 부친과 남동생 세 식구와 함께 살았다"며 "부친이 세상을 떠나면서 고등학생이던 남동생만 남겨지게 되자 결국 휴학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이 된 김 씨는 생계를 책임지다 23살에 군에 입대하게 됐다. 김 씨는 "군 제대 후에는 복학할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배우의 꿈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취업을 해 빨리 경제적 여유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결국 취업에 대한 조급함이 너무나도 절실했던 김씨는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전문대학 진학을 결심한다. 2017년 그의 나이 24살 때였다. 김씨는 "기술을 배우는 길만이 미래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돼 예대를 포기했다"고 회상했다.
늦깎이로 전문대 입학, 수석 졸업 대기업 취업 성공
배우의 꿈을 위해 진학한 서울예대를 포기하고 영진전문대에 입학해 대림건설에 취업한 김함대(27)씨가 건설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영진전문대]
그렇게 김 씨는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의 고향인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학에 당당히 입학했다. 전공 계열은 건축인테리어디자인이었다. 김 씨는 "군에 있을 때와 군 제대 후 건설 현장 일을 하면서 건축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며 "취업이 잘 되는 전문대학을 찾던 중 영진전문대가 가장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만큼 또다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남동생을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하며 학업을 이어가야 했기 때문에 주말과 방학에는 아르바이트하며 가장 노릇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펜을 놓지 않고 누구보다도 학업에 열심히 임했다. 절박함에서 오는 학업에 대한 열정 덕분에 김 씨는 2년 내내 성적 장학금을 받았고 수석 졸업의 영광까지 차지했다. 김 씨는 "열심히 하면 취업이 된다는 생각에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최선을 다해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 지난해 12월. 드디어 그에게 낭보가 찾아왔다. 교수 추천으로 지원한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인 '대림산업'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째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이 가장 저를 부러워했다"며 "연기자의 꿈을 포기하고 영진에 입학한 것이 가장 멋진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남동생도 같은 계열 입학.."이제는 시공 전문 기술자가 꿈"
취업 비결에 대해 김 씨는 이 대학의 현장 맞춤형 주문식 교육을 꼽았다. 그는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전공을 선택하면서 실내건축시공관리반에 들어갔다. 이 반은 국내 실내건축 공사업 도급 순위 상위권의 회사들과 협력해 주문식 교육 협약반으로 개설돼 운영되고 있다. 협약반을 통해 건설 관련 기업들에게 인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학기 중에는 기업 현장 전문가들이 대학 실습실에 직접 찾아와 현장 기술을 교육하고 2학년 여름 방학에는 유명 실내건축 회사 공사현장에서 실습을 하며 전문성을 쌓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실내건축시공 국내 1위 기업인 국보디자인은 지난해 12월 이 대학 2학년 학생 19명 전원에게 48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김 씨는 "저도 졸업 후에도 취준생이 될까 걱정도 했지만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학 교육 방식, 각종 취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생각하지도 못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학교에서 누린 자신의 혜택 덕분에 동생한테도 영진전문대 입학을 권유했고 동생도 같은 계열에 합격해 형제는 동창이 됐다.
비록 배우의 꿈은 접었지만 사회 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김 씨는 이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는 "현장 소장을 목표로 시공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는 전문 기술자가 되겠다"며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노력하고 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세상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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