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월27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발 집단감염 사태가 악화일로다.
지난 3일 0시 기준 확진자는 126명이 늘어 총 1084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수용자는 1041명, 직원은 22명, 가족은 20명, 지인은 1명이다.
서울 동부구치소 전체 수용자가 2149명인 점을 고려하면 수용자의 43%가 감염된 셈이다.
문제는 교정당국의 주먹구구식 늑장 대응이다.
재소자들에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KF 마스크를 안주고, 확진자가 나와도 쉬쉬했다는 것이 수용자들의 전언이다. 일반 6인실에 8명을 수용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구치소는 물리적으로 고립된 섬 같은 곳이다.
방역망이 한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신속히 전수조사와 격리조치를 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구치소측의 초동대처 실패로 전수조사가 늦어지면서 사태가 악화됐고 결국 '코로나감옥'으로 전락했다.
정부의 총체적 방역실패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총리와 법무차관에 이어 추미애 법무장관이 뒤늦게 사과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대응'에 불과하다.
게다가 구치소의 집단감염 시기는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에 몰두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찍어내기에 정신이 팔려 재소자 안전보호에 소홀했다는 비난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법무부 노동조합이 구치소 감염확산 책임을 물어 추 장관을 직무유기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까지 했을까.
구치소 수용자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엄연한 국민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건강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수용자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격리조치와 함께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이번 구치소 참사에 대해 "국가가 국민에게 저지른 범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시절인 지난 1991년 언론 기고를 통해 미결 구금자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과 인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아직도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다른 집단감염의 온상이 된 요양병원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 부천 효플러스 요양병원 누적 사망자는 벌써 46명에 달한다.
이중 27명은 병상이 없어 기다리다 목숨을 잃었다.
병원측이 지난해 12월11일부터 정부에 빠른 병상 배정을 요청했는데도 외면당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한 것이다.
서울 구로구 한 요양병원 역시 확진자가 200명을 넘어섰고, 광주의 한 요양병원도 62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러니 "구치소와 요양병원에서 생명과 안전을 방치한 것은 '구명조끼만 입고 기다리라'고 말한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지적이 울림을 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여당 일부 의원들의 방역 불감증이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26일 대전 중구 한 식당에서 염홍철 전 대전시장, 지역 기업인과 비공개 식사모임을 가졌다가 '5인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한 방역수칙 위반논란에 휘말렸다.
당초 황 의원 측은 "염 전 시장과 경제계 인사 등 3명과 밥을 먹었다"고 했지만, 방역당국 조사 결과 테이블 바로 옆 자리에 염 전 시장 측 인사 등 3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수칙에 따르면 일행이 여러 테이블로 나눠서 앉는 '테이블 쪼개기'도 금지 대상이다.
황 의원은 "옆 테이블의 3인은 알지 못한다. 이들과 입장시간도 다르고 계산도 별도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선 "우연히 옆 테이블에 염 전 시장의 아는 사람이 앉았다는 주장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을지 의문"이라고 공박하고 있다.
앞서 윤미향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7일 한 식당에서 지인 5명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와인잔으로 건배하는 사진을 SNS에 올려 눈총을 받았고, 지난달 28일에는 민주당 소속의 채모 구 의원도 '심야 파티룸 술자리'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정이 이처럼 무능과 불감증에 빠진 상황에서 정작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극도의 인내와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당초 3일 종료 예정이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전국 2단계)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을 4일 0시부터 17일까지 2주간 연장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견뎌야 할 경제적 타격과 고통은 그야말로 벼랑 끝 직전이다.
지난 1일에는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한 헬스장 50대 주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흐른 지금 국민들의 방역 피로도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여권 일부 인사들의 무책임한 행태는 애먼 국민들을 더욱 힘들고 지치게 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 규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죄었다 풀었다 하는 기존의 냉온탕식 방역대책은 이제 폐기할 때가 됐다.
새해에도 계속될 방역 장기전에 대비해 이제라도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과 세분화된 기준을 만드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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