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 용진형(정용진 신계계그룹 부회장), 택진형(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나훈아의 '테스형!'이 전세대의 마음을 훔친 이래로 '형 신드롬'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유명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으로 지칭한 데 이어 멀게만 느껴졌던 인물을 'OO형'으로 부르는 등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디씨인사이드를 비롯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을 '횽(형)' 등으로 부르던 오타쿠 문화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파고들었다.
형 신드롬의 첫 번째 주자는 '트로트의 황제' 나훈아다. 그는 추석연휴인 지난 9월30일 방송된 비대면 콘서트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신곡 테스형!을 선보였다. 테스형은 소크라테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세상이 왜 이래'라고 묻는 가사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테스형' 팬덤이 일기도 했다. 당시 나훈아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며 콘서트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그는 콘서트에서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며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고 말해 정치권의 설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매경DB]
유명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형 신드롬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그는 최근 계열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일 공식 유튜브 채널 '스벅TV'에 '한국에 스타벅스 들여온 사람이 정용진 부회장?(형이 왜 거기서 나와?)' 라는 제목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매장을 방문한 정 부회장은 직접 음료를 주문하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로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추천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또 이마트 유튜브 채널에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땅끝마을 해남을 방문해 직접 딴 배추로 전을 부치고,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촬영했다. 대기업 총수의 친숙한 모습에 사람들은 "용진형"이라고 부르는 한편 "인간미 넘쳐서 좋다"는 등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전직원들에게 격려금 취지의 200만원(세후 기준)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형 신드롬 대열에 합류했다. 이 격려금은 정규직·계약직·파견직·인턴 등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금액으로 지급된다. 지급 대상은 4400여명으로 총 금액은 88억원에 달한다.
형 신드롬에 대해 멀게만 느껴지던 존재에 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인 '형'을 붙여 상호 소통하려는 욕구가 발현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형이라는 호칭은 모든 걸 내려놓고 터놓을 수 있는 막역한 사이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이라며 "멀게만 느껴졌던 인물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대방과 벽을 허물며, 인간 관계에서 최고의 호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교수는 "테스형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노래의 가사가 좌절과 울분에 빠진 사람들의 심정을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장년층 뿐 아니라 억눌린 청년 집단들도 나훈아에 열광하게 되면서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안착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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