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노원구 거주민 A씨(28)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A씨는 자가격리 당시 주민센터에서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지원 대상자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11월 자가격리됐던 비슷한 처지의 직장 동료가 생활비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 A씨는 이번달에 재차 문의했다. 그 결과 다시 대상자로 판단돼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A씨는 "주민센터에서 잘못 안내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신청하라고 했다"며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거나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 조치된 이들에게 지급하는 정부의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사업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생활지원비 지급 대상자 요건을 잘못 안내하거나 '생활지원비' 존재 자체를 알리지 않는 등 일선 지자체들의 안내 부실로 인해 지원 대상자임에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또는 격리자가 발생한 가구의 구성원수에 따라 최대 145만7500원을 지급하는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원대상자 요건은 3가지다. 우선 입원치료·격리 대상자가 된 후 격리해제 통보를 받기까지 방역당국의 조치를 잘 따라야 한다. 아울러 같은 가구원 중 1명이라도 사업자가 주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유급휴가를 받지 않아야 하며,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나 이들 기관으로부터 인건비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곳에서 근무하지 않아야한다.
문제는 일선 기초지자체(시·군·구)에서 이같은 요건들을 잘 파악하고 있지 않아 대상자들이 지급을 못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생활지원비 지급엔 소득 기준이나 무급휴가 사용 유무를 따지지 않는데도 이를 거론하며 지급 대상자가 아니라고 통보한다는 것이다. A씨는 "9월엔 동주민센터 직원이 저소득층이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대상자가 된다고 안내해 그런 줄만 알았다. 이제와서 다시 대상자라니 황당하다"며 "자가격리자가 된 나 때문에 일거리를 줄였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는 부천시 거주 직장인 B씨도 "문의한 결과 격리 기간 동안 회사에서 돈 받고 일했으면 안주고, 무급 휴가로 있었으면 주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황당해했다.
생활지원비의 존재 자체를 몰라 신청을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올해 질병청은 지자체들에 공문을 보내 입원·격리자에게 격리 통지 및 해제 통지를 보낼 때 생활지원비 안내문(리플렛이나 온라인 링크)을 수록해 전달하도록 했다. 그러나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하고 지인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는 등 지자체들의 직무 태만으로 대상자가 알음알음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1월 서울 거주 고교생 자녀가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는 40대 자영업자 C씨는 "구청이나 주민센터로부터 안내를 못받고 손님이 이런게 있다는 걸 말해줘 알게 됐다"며 "지원 대상자에 해당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신청도 못하고 지나가게 되면 억울할 뻔 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의 부실한 안내로 인해 관련 예산 집행률은 저조한 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질병청으로부터 받은 '2020년도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집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총 예산 961억5400만원 가운데 11월 말 기준 실제로 집행된 액수는 449억8900만원(46.7%)으로 절반이 채 안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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