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음주 감지기에서 알코올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잠깐 차를 갓길에 대시고 음주 측정을 받으시겠습니다."
어제(27일) 오후 8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유흥가 인근의 한 대로변. 경찰이 한 승용차의 창문 너머로 비접촉식 감지기를 밀어 넣자 연두색 불빛이 주황색으로 변하면서 '삑삑'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중년의 운전자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습니다.
경찰관은 그에게 200㎖짜리 생수 한 병을 건네고 입을 헹군 뒤 음주측정기의 일회용 불대에 숨을 불어넣도록 했습니다.
측정기 화면에 표시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045%.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식당이 홀 영업을 중단하는 오후 9시 전에 귀가를 서둘렀다는 남성은 "한두 시간 전에 딱 소주 두 잔을 마셔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얼굴을 붉혔습니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쯤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음주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서울 유흥가와 시장 인근 등 곳곳에서 일제 검문식 음주 단속을 벌였습니다.
이 중 강남의 두 단속지점에서 모두 3명이 단속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중 한 명은 술을 마신 채 전동킥보드를 몰고 가다 적발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승용차나 버스는 물론 오토바이와 전동킥보드 등 이륜차도 예외 없이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단속에서 눈에 띄는 점은 종전보다 시간대가 앞당겨졌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일찍 파하는 술자리를 고려해서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개 오후 10시부터 집중 단속을 벌였지만 2단계 하에서는 식당과 술집 영업이 제한되는 오후 9시보다 이른 시간에도 엄중히 단속해 음주운전 예방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왕복 4차로 도로에서도 이날 오후 8시 30분쯤부터 두 시간 가량 음주 단속이 이뤄졌습니다.
경찰은 경광봉을 들고 차를 한 대씩 멈추도록 한 뒤 창문을 통해 비접촉식 감지기를 내밀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 승용차 한 대가 경찰의 단속에 걸렸습니다.
차량 운전자는 "술을 마시다가 차 빼달라는 말을 듣고 잠깐 운전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결과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경찰은 동승자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조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다른 차량에서는 비접촉 감지기에서 알코올 반응이 나오자 운전자가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의아해했습니다.
재확인 결과는 손소독제의 알코올 성분이 감지된 것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비접촉 감지기는 무척 예민해서 운전자가 뿌린 향수나 손에 바른 손소독제까지 감지하기도 한다"며 "정확한 감지를 위해 반드시 음주측정기도 사용하고 운전자가 원할 경우 채혈 검사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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