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쓰레기가 가득 찬 집에 어린 아들을 키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딱한 사정을 고려한 경찰의 선처로 형사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들을 비위생적인 환경에 둔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양육을 혼자 책임져야 했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보려 했다는 점이 참작된 것입니다.
오늘(23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A씨를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기소 의견이 아닌 아동보호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아동보호사건은 형사재판 대신 사건을 관할 가정법원에 넘겨 접근금지나 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내리는 조치입니다. 다만 검찰이 경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A씨는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형사재판에 넘겨질 수도 있습니다.
A씨는 몇 달간 쓰레기를 방치한 주거공간에서 아들 B군이 생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9월 A씨의 집을 방문한 수리기사가 방 안의 모습을 보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응급조치로 모자를 분리했습니다.
경찰은 A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자초지종을 확인한 뒤 A씨에게 형사처벌보다는 교화의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뒤 홀로 어린 아들의 양육을 책임지다가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져 집과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학대가 없었을 뿐 아니라, 먹이고 입히는 등 양육 활동은 충실히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군도 "엄마에게 불만이 없고 떨어지기 싫다"며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지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법원의 임시조치 명령을 받아 일단 B군을 보호시설에 머무르게 했습니다.
A씨는 경찰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아들과의 분리 결정 직후 집을 치우는 한편 아동보호전문기관 교육을 받는 등 반성과 개선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아동학대 신고는 형사사건으로 다뤄 처벌에 집중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정이 해체돼 오히려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사안에 따라 가정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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