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여씨(53)를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몰아 기소했던 검찰이 30여년만에 사죄하고 재심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19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유죄 인증 증거는 당시 수사 과정에서 한 자백, 그리고 피고인의 체모와 사건 현장의 체모가 동일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였다"면서 "그러나 피고인의 자백은 경찰의 폭행·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객관적 상황에 부합하지 않고,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국과수 감정서에도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면서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했다.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재심 공판에 참여해 온 이상혁(사법연수원 36기)·송민주(42기) 검사는 이같이 사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윤씨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검찰은 지난 2일 법정에 나온 이춘재가 문제의 8차 사건을 포함해 1980∼90년대 화성 12건과 청주 2건 등 총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재확인하면서 '진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준영 변호사는 최후 변론을 통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심모 형사는 피고인에 대한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가혹행위 등에 대해 인정하고, 현장 검증에서의 위법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다"면서 "이 재판에서 국과수 감정서에 대해 중대한 과실로 인한 '오류'가 아니라 '조작'이 있었다고 밝힌 검찰의 의견과 관련, 우리도 조작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씨는 자신을 고문해 거짓 자백을 받아냈던 경찰관들을 용서했다. 윤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당시 수사 경찰관들에 대해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해도 성경에는 용서라는 구절이 항상 나온다. 백번이고 만 번이고 모든 잘못을 용서하라고 한다.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최후변론에서는 "재판이 끝나면 저는 좋은 사람으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면서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이춘재 8차 재심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17일 열린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양(당시 13·중학생)이 성폭행 피해를 본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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