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촌 이내 혈족의 혼인 금지가 결혼의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논쟁이 일었습니다.
헌재는 오늘(12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민법상 '8촌 이내의 혈족은 혼인하지 못한다'는 조항에 대한 헌법 소원 사건 공개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헌법 소원을 제기한 A씨는 이날 "해외 사례를 봤을 때 국내 민법상 근친혼 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면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유전적 관점에서도 6∼8촌 사이의 혼인을 통해 낳은 자녀에게 유전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일반 부부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론에 나선 법무부는 "혈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은 우리 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혼인의 자유가 가족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려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날 변론에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현소혜 교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종희 교수, 서울대 인류학과 전경수 명예교수 등이 의견을 냈습니다.
A씨 측 참고인인 현 교수는 "5촌 이상의 혈족 간에 더이상 생활공동체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근친혼 금지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으로 축소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서 교수는 "외국 입법례에 비해 넓다고 해서 논리 필연적으로 위헌이라는 결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친혼 범위는 입법 재량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 교수는 "가족 개념 등에 변화가 있다고 해도 상례나 제례가 유지되는 한 '8촌이 곧 근친'이라는 관념은 오늘날에도 보편타당한 관념"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한국 사회에서 혈족에 관한 인식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8촌이 근친이라는 관념이 보편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현행 민법은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해 혼인 신고를 하더라도 그 혼인은 무효가 됩니다.
A씨는 지난 2016년 5월 B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나 B씨는 같은 해 8월 "A씨와는 6촌 사이"라며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A씨는 항소했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법 제809조·제815조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습니다.
A씨는 자신이 제기한 항소와 신청은 모두 기각되자 2018년 2월 위 법률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해달라며 헌법 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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