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에서 2200여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영상을 구입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1심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남성은 성폭력범죄자 신상정보 공개·고지 대상에서 제외됐고 취업제한 명령도 면제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지난 1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추가로 40시간의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재범예방 강의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총 2254개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휴대전화로 다운받아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8월15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트위터에 접속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 판매자인 신 모씨(활동명 '켈리')가 올린 '희귀영상 레어전문'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 해당 텔레그램 채널에 접속했다. 이 광고에는 "#여고딩, #노예녀, #초딩, #중딩, #고딩 등의 영상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신씨에게 5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핀번호를 전송한 다음 그로부터 텔레그램 채널의 접속 링크주소를 전송받은 후 수천건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다운로드 받아 소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사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성착취물)의 소지 행위는 음란물의 제작행위 및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동·청소년의 성착취 행위에 대한 유인을 제공함과 동시에 아동.청소년을 상대로한 다른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 비난가능성이 크고 이를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이 소지한 음란물의 수가 많고 피고인이 신씨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구매해 그 죄질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음란물을 구입해 이를 다시 유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런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A씨는 성폭력범죄자 신상정보 공개·고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판사는 "(아청법상)공개명령 및 고지명령 조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를 신상정보의 공개 및 고지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며 "아청법 상 음란물제작.배포 등 죄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이므로 공개 및 고지명령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아청법과 장애인복지법상 취업제한 명령도 면제됐다. 판사는 "(A씨는)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거나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해서는 아니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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