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한 캠핑 관련 교양수업이 남학생에게는 텐트 없이 취침하는 비박을 하도록 하고 여학생들에게는 별도 숙소를 제공키로 해 '남녀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당 수업 겸임교수는 "차별이 아닌 배려"라는 입장이다.
4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대 서울캠퍼스의 '패스·페일(Pass·Fail)' 방식의 한 교양수업은 오는 7~8일 주말 충북 단양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하며 성별에 따라 다른 취침여건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수업을 맡은 A 겸임교수는 학생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남학생의 경우 비박으로 숙영한다"고 안내했다. 그는 "숙박은 최대한 안전하고 따뜻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지만 캠핑에서 호텔 같은 편안함을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안내했다. 비박(Biwak)은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하룻밤을 지새는 것을 뜻하는 독일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남녀차별'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고려대 커뮤니티사이트 고파스에는 지난 3일 "남학생만 비박이라고 한다"며 "남녀갈등 조장하는게 아니라 이건 공론화돼서 교수님이 바뀌셔야 한다고 본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남자랑 여자랑 갈라서 누구는 숙소에서 재우고 누구는 비박하라는게 제일 문제" "남학생 돈 모아서 여학생 숙박업소 예약하는거랑 다를게 뭐냐"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다만 이 같은 반응은 비박이 야외에서 실시된다는 오해가 불씨를 당긴 것으로 보여진다.
A겸임교수는 이번 조치가 "차별이 아닌 배려"라는 입장이다. 그는 통화에서 "성인 남녀를 혼숙을 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 남녀차별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수는 있는데 차이에 대한 배려"라며 "여학생들이 묵는 숙소도 (좋은 시설이 아니라) 옛날 군대 막사 같은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남학생들이 하게 될 비박도 시설 내부에서 행해질 예정이고 최소한의 난방도 된다. 오히려 경험 차원에서 여학생한테 미안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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