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넘어간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심리할 때는 유치권 행사 대상 호실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제기한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유치권은 인정되지만 이 사건 부동산의 등기부와 현황이 일부 불일치한다"며 "피고들이 점유하는 부분 등을 추가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판결에 따르면,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리 중인 모 저축은행은 A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이 대출금을 피담보채권으로 삼아 A사 소유 건물에 2009년 6월 근저당권을 걸었다.
A사는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저축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앞서 근저당권을 건 A사 소유 건물에 대해 2012년 8월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경매 과정에서 B씨와 C씨가 해당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B씨는 건물 4, 5층 공사와 관련해 총 5억4000만원의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유치권 신고서를, C씨는 2, 3층 공사와 관련한 3억5300만원의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유치권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신고서를 경매법원에 각각 제출했다. 다만 신고서에 유치권 행사 대상인 호실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다.
유치권은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남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맡아둘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금보험공사는 B씨와 C씨의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했다. 1심은 "피고들이 경매개시결정 후 배당요구 종기일로부터 약 2개월 뒤에서야 비로소 유치권신고를 한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이 이 사건 부동산을 계속해서 점유해 왔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가 주장하는 유치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 판결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B씨와 C씨의 유치권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었다"며 "공사 진행 무렵부터 변론종결일까지 피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적법한 유치권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원심이 유치권 행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고,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 전체를 기각한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피고들이 유치권 신고서를 낼 때 점유 대상이나 유치권의 범위를 특정하지 않았고 건물 일부에 대해서만 유치권을 주장하는 만큼, 유치권 존재 여부를 가리는 소송에서는 유치권 행사 대상을 호수별로 구체적으로 특정해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들이 스스로 점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부분까지 합해서 부동산 전체에 대해 적법한 유치권이라고 인정했다"며 "피고들이 점유하는 부분 등을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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