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강의와 취업난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학가에서 총학생회 공석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1년째 공석으로 남겨진 서울대 총학생회는 올해 하반기 후보 모집을 시작했지만, 등록한 후보자가 한 명도 없어 선거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23일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제62대 총학생회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원은 0명이다. 선관위는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일정 전체를 일주일 미루고, 지난 21일부터 오는 27일까지 2차 예비후보를 등록받고 있다. 민혁 서울대 선관위원장은 "선거 후보로 등록하는 인원조차 없는 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서 안좋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은 지난해 11월부터 1년째 공석으로 현재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이번에도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을 경우 내년 4월까지 단과대 연석회의 체제가 연장된다.
그동안 총학 후보로 나왔던 선거운동본부는 2회 연속 논란에 휩쌓이며 사퇴했다. 지난해 11월 단독 후보로 출마했던 '내일' 선거운동본부는 포스터 표절 의혹으로 후보에서 사퇴했고, 이후 지난 4월 단독 출마한 '파랑' 선본은 구성원의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내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학생회 활동에 관한 관심도 줄어든 모습이다. 단과대 연석회의 전 의장이었던 최대영 공대 학생회장은 "정신적으로 코로나 1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학생회에서 부원들과 함께 일하는 성취감과 다른 학우들을 위한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행사나 사업이 많이 취소되면서 학우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현 연석회의 체제에서는 업무 부담은 크지만 권한 행사는 제한적이라 실무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2차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22일 오후 기준 여전히 후보등록자가 없는 상황이다. 2차 예비 후보 등록 기간에도 등록자가 없는 경우에 선거는 무산된다. 서울대 총학 선거는 지난 2012년과 2014년에도 투표율 미달로, 2009년과 2010년에는 선관위원들의 투표함 사전 개봉 등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선거에 후보조차 나서지 않은 건 개교 이래 이례적인 일이다.
고려대 역시 지난해 12월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율 저조로 학생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각 단과대 대표들로 구성된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고 그 이전부터 경제적인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학생활동이 줄어들고 있다"며 "실업률이 올라가고 취업이 과거처럼 쉽지 않다보니 동아리나 학생회에 참여할 여유가 없어지고 이런 활동들로 뭔가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젊은 층에서도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인데 이런 활동이 위축되면서 또다시 젊은 층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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