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지 않은 사정에도 용돈뿐만 아니라 잘 곳까지 기꺼이 내준 노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인면수심' 노숙인에게 중형이 확정됐습니다.
노숙인은 "무시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유 없는 살인'으로 보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법원 등에 따르면 B씨는 시장에서 꽃·화분을 파는 가난한 노점상이었습니다. 건물 관리도 하면서 그 건물 옥탑방에서 생활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노숙인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풀며 지냈습니다.
A씨도 B씨의 도움을 받는 노숙인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는 B씨에게서 매일 1만 원의 용돈을 받았습니다. B씨는 가끔 A씨가 편히 잘 수 있도록 그가 생활하는 방도 내줬습니다. 그렇게 4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A씨는 언젠가부터 B씨가 다른 노숙인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점이 탐탁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B씨로부터 건물 관리 일을 넘겨받으려고 했지만 B씨가 이를 거절하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이런 A씨의 이런 왜곡된 피해 의식은 결국 처참한 비극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A씨는 2019년 9월 B씨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선 징역 18년으로 형량이 더 늘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비난 동기 살인', 그 중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으로 보고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가 B씨로부터 각종 편의를 받고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살인을 저지른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어 사실상 '이유 없는 살인'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범행 직후 현장에 3∼4시간이나 머물면서 현장을 정리하고 증거를 인멸한 점에서 죄의 질도 나쁘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는 형량이 너무 과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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