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시켜 선물 보낸 공무원…대법원 "뇌물로 봐야"

금품이 직접 오가지 않았더라도 공무원 이름으로 선물됐다면, 뇌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경기도청 수산과장 A씨 등의 뇌물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어촌계장 B씨는 A씨가 지정한 사람들에게 배송 업무를 대신 해줬으며 새우젓을 받은 사람들은 보낸 사람을 A씨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직접적인 금품 거래가 없었지만, 공무원 이름으로 선물이 발송되는 것을 알았다면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판결에 따르면, B씨는 2013년 11월 A씨에게 받은 명단을 바탕으로 329명에게 7700원짜리 새우젓을 A씨 명의로 보냈다. 어촌계장은 '새우젓 홍보에 유리할 것 같아 A씨 이름으로 보냈을 뿐이며 뇌물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1심은 "공무원 A씨도 자신 명의로 새우젓이 발송된 사실을 알았고, 명단 작성에 관여했다"며 A씨에게 벌금 1000만원,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329명이 새우젓을 받은 것은 A씨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는 무죄로 보고, B씨에게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