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일제 잔재 중 하나인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논의로만 그쳤던 유치원 명칭 변경에 진전이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7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유아학교 개정을 통해 일제를 청산하고 우리의 민족정신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황국신민학교'의 준말이었던 국민학교를 1995년 '초등학교'로 개정했지만, 일제식 조어인 '유치원'이라는 명칭은 초등학교 명칭이 개정된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치원은 '어린이들의 동산'이라는 뜻의 일본식 조어법을 따른 한자어"라며 "'유치'라는 단어는 '나이가 어리다'는 뜻과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라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자어를 사용하는 한자문화권에서 유아들의 교육기관에 '유치원(幼稚園)'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며,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홍콩에도 유치원이라는 명칭의 교육기관이 일부 남아 있으나 대부분 '학교'나 'preschool'이라는 표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도 이들 단체는 한국교총과 교육부에 건의서를 보내고 유치원 명칭 변경안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같은 의견은 국민청원에도 올라온 상태다.
교육계 한 인사는 "그동안 유치원 명칭 변경 논의가 진전이 없었던 데에는 보육계 등 단체 간 이해 관계가 한 몫했다"면서 "이제는 해묵은 문제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학교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그만큼 학교가 가지는 공공성을 유치원이 갖출 수 있도록 제도 등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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