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로 활동해온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소천했다. 향년 94세.
경기 남양주시 매그너스요양병원과 유족 측은 한 과장이 지난달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5일 밝혔다.
한 과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아버지(한규상)와 독립운동가 어머니(박덕실) 사이에서 태어나 1949년 고려대 의대 전신인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해 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남편과 미국으로 유학 가 내과 전문의를 딴 뒤 귀국해 개업의로 일했다. 약 40년 전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병원을 정리하고 의료선교의원을 운영하며 수십년간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80대 중반의 나이에 요양병원의 의사로 일하기 시작해 별세 직전까지 매일 1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했다.
한 과장은 지난달 7일까지 직접 환자를 진료하다 중순께 노환이 악화해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 23일 자신이 일하던 매그너스요양병원으로 돌아와 남은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다.
'사랑으로 병을 나을 수 있다'는 지론으로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태도와 '국내 최고령 현역 여의사'라는 이력은 각종 TV프로그램에 소개돼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매그너스요양병원 관계자는 "모든 직원의 정신적 지주였던 원장님께서 돌아가셔서 갑자기 어깨가 다 무너진 것 같다"면서 "환자분들도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고 전했다. 80대 중반의 나이에 요양병원의 의사로서 도전한 고인을 직원들은 예우 차원에서 '원장님'이라고 불렀다.
특히 한 과장은 지난해 가을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재출간할 만큼 왕성했으며, 별세 직전까지 노인 환자들 곁을 지키려고 애썼다.
고인은 이승을 떠나기 전 가족과 직원들을 향해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란 세마디 말씀을 남겼다고 한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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