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배우 곽현화씨의 노출 장면을 촬영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무삭제판을 배포한 영화감독이 곽씨에게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이예림 판사는 곽씨가 영화감독 이수성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씨가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반신 노출 장면을 원하지 않는 곽씨를 계속 설득해 결국 촬영에 응하게 할 만큼 노출장면을 중요하게 여긴 이씨가 편집 단계에서 단순한 호의로 장면을 삭제해 준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노출 장면이 촬영됐다는 사정만으로 무삭제판의 반포 권한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이후 노출 수위가 높은 다른 영화에 출연했다고 해도 사용 동의 의사가 추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상 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노출 장면 반포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 인정되고, 이후 오히려 무고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입었을 상처도 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으로 인해 곽씨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판결에 따르면 곽씨는 2012년 4월 이씨가 감독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뒷모습 노출은 가능하지만 상반신 전면 노출은 못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같은해 5월 이씨가 "편집 단계에서 빼달라면 빼주겠다"고 약속해 장면을 촬영했으나, 영화 촬영을 마친 뒤 이를 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2013년 10월 이씨는 이 영화의 무삭제판을 IPTV등에 반포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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